작성일: 2026년 2월 3일
북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한 뒤로는 직장 생활까지 서울에서 하다보니 천안에 갈일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점점 학창 시절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러다가 가끔 아들, 딸의 같은 학급 친구가 북일고등학교로 진학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나의 고교시절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개성이 강한 선생님.
북일고등학교는 선생님마다 개성이 뚜렸했다.
그 중에서 기억이 선명하게 남는 분들은 아래와 같다.
염라대왕 선생님
북일고등학교가 개교했을 때(1970년대 말)부터 계셨다고 들은 것 같다.
2000명이나 되는 전교생의 이름, 반, 번호까지 다 외웠다고 해서 염라대왕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염라대왕 선생님의 외모가 지옥의 문턱에서 이 선생님께 심판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외모였다.
(염라대왕 선생님의 목소리도 이 세상의 목소리가 아니였어 ^^)
수업하는 과목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는 세상 사는 얘기, 정치 이야기, 철학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삽자루 선생님
보직이 여러가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 경우는 잠깐 교련 수업 때문에 마주친 적이 있다.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왜 별명이 삽자루인지 알게 된다.
나는 삽자루 선생님에게 정식 수업을 듣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
황비홍
화학 선생님이다. 처음 몇달간 화학수업을 들으면서 왜 황비홍인지 몰랐다가 여름쯤 같은 반 친구가 수업 시간에 장난치다가 선생님께 채벌 받는 것을 보고...
"엇! 이것은 영화배우 황비홍이 하던 권법..."
채벌은 채벌인데... 참 슬프기보다는 웃고픈 채벌 현장.
영화 속 황비홍이 나와서 교실을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내 친구는 맞기는 맞았는데, 황비홍의 화려한 권법에 정신없이 맞아서... 넋이 나갔었다.
정뻥
무엇을 설명해도 과도한 MSG(양념)이 쳐져 있어서 정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선생님이 설명하면, 90% 정도는 걸러서 듣고 10%만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학년 때 담임쌤이라서 더욱 기억이 선명하다.
코만도
코만도 선생님의 별명을 몰라도, 선생님을 처음 보자마자 "앗, 코만도처럼 생겼다"라고 말하게 된다.
외모는 살벌하게 생겼는데, 말씀은 유순해서... 분위기 적응하기 힘들었다.
(영화 속, 부산에서 활동하는 큰형님 같은 외모)
해골
해골 선생님도 외모 때문에 해골이라고 불렸는데, 실제로 수업에서는 천사 같은 분이었다.
목소리가 걸걸했던 것으로 기억남 ^^
쌍칼
쌍칼 선생님은 북일고 야구부 지도자이면서 일반 학생의 체육 수업도 지도했었다.
말씀이 유쾌하고 재미있는데, 외모나 행동을 보면 "이래서 쌍칼이구나"라는게 바로 느껴진다.
산적
그냥 첫 대면부터 "산에서 도적질하시는 분" 같이 생겼다. (죄송합니다 ^^)
턱수염과 헤어스따일~, 등빨이 TV에서 보던 임걱정(?) ㅋㅋㅋ
우리에게 유도를 지도했는데, 정말 유도 수업 시간에 산적 선생님을 보면 죽을 맛이다.
화려한 유도 기술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학생들이 던졌다 (업어치기 시범 대상으로 걸리면 죽음이었음)
차라리 유도 수업은 코만도 쌤이 좋았다.
로보캅
솔직히 로보캅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거였다. (우리 학생들이 선을 넘이서 별명을 붙인거다)
쌤이 큰 병으로 인해 다리뼈를 교정하는 수술을 했었는데, 그 뒤로 의료용 다리 보조기와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다.
다리 보조기가 철제로 되어 있어서 걸음걸이마다 "철컹~ 철컹~" 소리가 났었고,
수업 시간 전에 쌤이 교실로 다가오는 소리도 금방 알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당시 히트했던 영화 "로보캅"을 연상해서 별명을 붙였다.
나쁜 의도는 아니였으나 쌤의 신체적 장애를 별명으로 붙인 것은 학생들의 잘못 ㅠㅠ
쌤이 독일어를 가르쳤는데, 독일어 수업은 나에게 10분 정도 시켰고 (내가 독일어를 예습해오고, 학급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
정작 로보캅 쌤은 고사성어로 20분 정도 수업을 했다. (효도하고, 정직하게 살고, 바른 것에 용기를 내라... 뭐 이런 내용이 대부분)
즉, 수업 타이틀은 "독일어"인데, 한자 수업 및 인생 수업만 20분하고... 그 뒤로 나머지 20분 정도는 잠자는 시간 ㅋㅋㅋ
학생들은 잠자는 시간을 보장 받아서 좋았던 독일어 수업 시간.
심지어 독일어 중간고사, 기말고사 문제도 알려줌.
수업 시간에 10분만 집중해서 쌤의 말만 잘 기억하면, 독일어는 적어도 90점 이상 나옴.
도선생
쌤의 성함이 "도OO"이어서 별명이 "도선생"이다.
쌤들간에 호칭이 "도선생"이었는데, 학생들도 그냥 "도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별명이라기 보다는 공식 명칭 ㅎㅎㅎ
나의 수학적 해석 능력은 도선생님 때문에 많이 늘었다.
항상 어려운 문제 1개를 가지고 와서, 2시간 연강이면 1시간 동안 학생 스스로 문제 풀으라고 하고,
풀이를 완성한 학생이 교실 앞 칠판에 풀이를 적고 설명하도록 했다.
이런게 은근히 경쟁 심리를 자극함.
처음 한달은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하나도 못 풀었는데, 친구들의 수학 문제 풀이 설명을 듣고 곰곰히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1학기가 지나고 나서는 문제 풀이를 내가 주도할 정도로 수학 실력이 급성장 ^^
모선생
제일 공포스러웠던 쌤. ㅠㅠ
모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면 감정이라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차갑다.
특이하게도 "교련 수업"과 "독일어 수업"을 지도했었다.
"교련 수업" 시간에는 육군 사관학교, 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보다 더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다.
3년 뒤에 군대에 갔을 때, 육군 훈련이 시시하다고 느껴질 정도 (나의 모든 고교 동기들이 똑같이 생각함)
얼차례 받다가 우는 친구들 많았다 ㅠㅠ
그리고 북일고등학교는 여름에 해양 훈련을 가는데, 해양 훈련 교관을 "모선생"님이 했다.
와~ 진짜... 해양훈련 받다가
"학교 졸업하기 전에 사람이 죽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ㅠㅠ
모선생님이 악한 마음으로 지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진짜 채벌과 얼차려 받다가 친구들이 "장애" 입을까 걱정이 될 정도 ㅠㅠ
모선생님에게 지각, 복장불량, 두발불량으로 걸렸다면, 그날 하루는 그냥 죽었다라고 생각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