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작성일: 2024년 7월 26일

 

2000년 봄, 육군 병장으로 대전에 있는 모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항상 그렇듯이 수요일 오후는 모든 부대 구성원이 체육 활동하는 시간이다.

대부분 중대 단위로 편을 나누어서 축구를 하는데

나는 야구를 하기 위해 글러브와 야구 배트를 챙겼다.

야구 글러브를 챙기는 나의 모습을 본 군대 동기가 하는 말이

"좋아하는 축구를 마다하고 오늘은 야구하러 가는거냐?"

묻는 것이다.

 

내가 축구를 좋아했었다고?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내 동기를 포함해서 우리 중대의 선임, 후임들은 내가 축구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지?

그래서 내 동기한테 물어봤다.

"나는 축구하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 내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한거야??"

 

내 동기의 말을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 동기의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이렇다.

- 내가 이등병, 일병 때 축구하는 90분 내내 공격진영, 수비 진영을 제일 신나게 뛰어 다닌 사람이란다.

- 90분 동안 제일 활동량이 많았던 사람이란다.

 

1년 전 기억을 잘 더듬어보니, 나는 달리기 자체가 좋아서 열심히 뛰었던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 업무였기 때문에 맨날 사무실에만 앉아 있어서 수요일만큼은 많이 뛰고 싶었다.

공격진영에서 수비진영으로 왕복해서 달리면, 1회 왕복에 200미터 정도.

이것을 50번 왕복하면 10km 정도 달리게 된다.

나는 단지 10km를 마라톤 연습 하듯이 달렸던 것이지, 축구를 한 것이 아니었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축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땀을 뻘뻘흘리면서 뛰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

 

이등병, 일병이니까 나혼자 마라톤 연습하러 간다고 말하기는 두려웠고

분대장(병장)이 1명 열외없이 축구하러 가자고 하니까 이등병이 그냥 따라가서 "뛰는 것만 열심히 했던 것"이다.

 

아마 이등병 때 자유가 주어졌다면, 축구하러 안 갔을 듯.

솔직히 병장, 상병 등 선임들 플레이하는 것에 분위기 맞춰주는거지... 이등병이 무슨 재미로 볼 터치를 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