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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년 3월 1일

 

 

 

1988년 12월 - 천안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초등학교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서울시 영등포에 사는 친척집에 놀러가는 날이다.

시골에 살다보니 기차를 탈 일이 별로 없는데, 이날 기차를 타면서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들었다.

기차 객실 차량과 차량 사이의 연결 부위에서 담배를 피는 아저씨들이 몇몇 있었고,

이들이 피는 담배 연기와 냄새가 객실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객실 내부로 들어왔다.

초등학교 꼬맹이가 보기에 이 모습이 많이 싫었나보다.

내가 나중에 커서 힘있는 사람이 되면, 이 세상에서 담배를 없애겠다

 

영등포역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2001년 어느 날 - 서울시 테헤란로, 어느 고층 빌딩 사무실 내부

2001년,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주 1~2일 정도 테헤란로에 있는 잘 나가는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오후 6시쯤, 나는 코딩에 집중하고 있었고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났다.

엇, 빌딩에 불이 났나? 빨리 대피해야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옆자리의 동료들과 멀리 있는 팀장님에게 

타는 냄새가 나는데 빌딩에 불이 난 것 같아요. 빨리 건물 밖으로 나가야겠어요 !

 

라고 말했다.

그런데, 팀장님이 파티션 위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면서,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팀장님 입에 담배가 물려있었다 ㅠㅠ

나는 그때 2가지 측면에서 놀랐다.

  - 사무실에서 흡연하다니 !!!

  - 그 당시에 팀장님은 출산한지 몇달 안 된, 그리고 아기한테 수유를 하고 있는 여성 팀장이었다.

     (내가 이것을 왜 알고 있냐면, 팀장님은 쉴 때마다 휴게실에 가서 모유 수축기로 젖을 짜고 있던 것을 알고 있기에...)

 

사무실에서 흡연이 가능했던 시절 ㅠㅠ

사무실 새내기였던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빌딩 화재라고 대피하라고 소리를 질렀으니... ㅠㅠ

 

2002년 1월 - Manly Beach, Sydney, Austrailia

학생 때, Sydney에 어학연수 겸 여행을 갔었다.

그때 영국계 백인 가족이 사는 집에서 하숙을 했었는데, 하숙집 아저씨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아마 나를 일본인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 나한테 일본에 관한 우호적인 얘기를 해서...)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주말에 그 하숙집 가족과 같이 Sydney Olympic Park로 소풍을 갔었는데,

하숙집 백인 아저씨가 자동차 트렁크에서 접이식 킥보드를 꺼내서 아들 딸 꼬맹이가 타기 좋게 사이즈 조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킥보드가 뻑뻑하고 뭔가 원하는 대로 사이즈 조절이 안 되니까 무의식 중에 이런 말을 내뱉었다.

 "This product is probably made in Korea. ... (그리고 약간의 욕을 좀 섞어서 신경질적으로 말함~~~)"

 

내 앞에서 한국에 대한 욕을 하다니... ㅠ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외국에서 살면, 모든 사람이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건가... ㅠㅠ

이렇게 투덜거리는 이 백인 아저씨 집의 DVD, Video Player, TV 등 대부분은 한국의 가전회사 LG꺼였다.

심지어 자동차에 장착된 타이어가 "Hankook Tire"였다.

이 백인 아저씨는 LG, 삼성, Hankko Tire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다.

이때 알았다. 외국인은 삼성, LG, 현대차가 만든 제품을 구입하면서 어느 나라의 회사가 만든 것인지 관심이 없었다.


이때, 나의 하숙집 메이트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고등학생이었다.

내가 옆에서 보이게 이 아르헨티나 학생에게 "축구"가 우주의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입만 열면, 축구 얘기만 한다.

나한테 물어보는 것도

"너네 나라의 유명한 축구 선수는 누구냐?"
"한국의 축구 리그는 어떠냐?"

 

이런 질문들 뿐...

이 학생과 헤어지고 10년이 흐른 뒤, "메시" 선수가 등장한 것을 보니... 아르헨티나 학생들이 왜 축구에 미쳐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 너희들은 전 우주의 기운을 끌어 모아서 축구에 몰빵하는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월드 스타가 나올 수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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