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년 전부터 공황장애를 치료 중에 있고, 차츰 공황장애에 대한 치료는 잘 되고 있지만 여전히 치과를 가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참고로, 정신과 치료가 3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고, 공황장애 증세가 일상생활을 못하게 할 정도로 심해진 것은 지금보다 5년 전쯤이다)
나는 이 공황장애 때문에 치과 스케일링을 5년 넘게 포기 상태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치료를 위해 치과를 가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치과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ㅠㅠ
이번 주에 나에게 바로 치과를 방문해야 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회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가 22년 전에 씌운 금니가 떨어졌다.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떨어진 금니를 치과에 가지고 가면, 바로 다시 붙여줄거야.
"1~2분이면 치료가 끝날 테니까 공황장애가 있어도 문제가 될게 없을거야."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치과에 가서 떨어진 금니를 같은 위치에 붙여보니 들뜨는 현상이 생겼다.
결국 다시 기존 금니가 붙어 있던 위치를 새로 갈아내고, 새 틀을 뜨고 새 보형물을 넣어야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즉, 내가 예상했던 진료 시간인 2분보다 훨씬 치료 시간이 길어졌다.
치과에는 다른 환자도 한 명 더 있어서 의사는 나와 그 환자 사이를 왔다 갔다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치과 진료실이라는 낯선 공간, 그리고 옆 환자를 치료하면서 발생하는 석션 소리, 드릴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보니 결국 공황장애(패닉)이 터졌다.
처음 10초 동안 호흡이 어려워지더니 갑자기 온몸에 전기가 감전된 것처럼 피부의 쓰라림까지 온몸에 퍼졌다.
도저히 치과 진료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힘든 지경이 되었다.
간호사를 호출하고 바로 진료실에서 대기실로 이동했다.
패닉 증세가 조금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호흡은 어려웠다. 심장도 미친 듯이 뛰고 있다. 근육은 마라톤을 뛴 직후처럼 힘이 쭉 빠졌다.
간호사와 의사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오늘 진료를 못 끝냈지만, 나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진료비는 다 내고 이틀 후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했다.
간호사는 기본 진료비만 내도 된다고 했고, 공황장애 증세가 있으면 진료 중간에 외출했다가 진정되면 다시 진료실에 와도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어째든 집에 와서 다시 공황장애에 대해 생각해봤다.
치과 치료를 피할 수만 없는 것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나의 치과 진료 대처 방법
치과 진료를 받기 전에 공황 발작(Panic) 증세를 진정시키는 약(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예: 알프라졸람)을 5시간 전에 1번, 1시간 전에 1번 복용해보자. 내 경험상, 3~4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았다. 그리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공황 발작이 예상되는 일(치과 진료, 비행기 탑승, 터널 진입 등)이 있기 1~2시간 전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내가 진료받고 있는 정신과 의사님의 말씀]
치과 진료 의자에 오래 대기하는 경우에 패닉이 발생하니까, 의자에 등대고 오래 앉지 말고 진료 대기 중에는 회사나 집 의자에 앉는 것처럼 편한 자세로 앉고, 스트레칭을 하자. (의사, 간호사에게는 진료 접수할 때 미리 공황 장애 환자라고 알려주면 진료 의자에서 움직여도 이해해준다)
드릴을 사용할 때, 물을 뿌리고 석션하는 것이 은근히 패닉을 유발한다. (상상만 해도 패닉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음) 그래서 나는 치과에 방문하기 하루 전부터 치과 진료 의자와 비슷한 기울기로 상체를 기울이고 입을 크게 벌리고 호흡 및 침 삼키기 연습을 한다. 즉, 시뮬레이션을 이틀 정도 해보는 것이다. --> 내 경우에 이 연습이 공황 장애를 감소시키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얼굴을 덮는 수건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한다. 접수할 때 간호사에게 미리 얘기하면, 의사 옆에서 간호사가 얼굴에 수건을 덮는 대신 옷 주변만 수건을 덮어준다. --> 얼굴만 안 덮어도 훨씬 공포감이 줄어든다.
치과는 사람을 상대하는 곳이다보니, 내가 불편하고 힘든 곳이 있으면 잘 응대해준다. 즉, 공황 장애가 있다고 진료 접수할 때 얘기하면 많은 배려를 해준다. 너무 진료 의자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도 내려 놓아도 된다. 패닉 증상이 시작될 때 잠시 밖에서 심호흡을 한다고 말해도 뭐라 하는 의료진은 없다. 어짜피 패닉은 30~40분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니까, 그 이후에 다시 편한 마음으로 진료를 받으면 된다.
커피, 카페인 음료는 하루 전부터 먹지 않는게 좋다. (대부분 공황장애 환자는 커피를 못 먹으니까 원래부터 조심할 듯) 그런데 은근히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 카페인이 들어간 것이 있으니까 이런 음식을 최대한 멀리하고 치과에 가면 좋다.
치과 방문하기 2~3시간 전에 가볍게 운동해서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것도 효과가 있었다. 나는 배드민턴을 30분 정도 가볍게 하고, 3시간 쉬었다가 춘곤증처럼 나른해질 때 치과에 가니까 호흡과 맥박이 정상인처럼 평온했다.
낯선 공간이 패닉을 유발하니까, 좋든 싫든 자주 같은 치과를 방문하자. (치료할게 없어도 간다)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치과를 방문하면 한결 몸과 마음이 평온했다.
공황 장애를 모르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공황장애, 패닉 발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이 나약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5년간 이 병을 겪고 있는 내가 보기에, 이것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에 문제가 발생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 때문에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경우, 그 미세 먼지가 안 보인다고 해서 콧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몸이 약해서 따뜻한 날에도 콧물이 나는 거라고 하지 않는다.
즉, 공황 장애도 일반인에게는 느낄 수 없는 것은 공황 장애 환자는 느끼는 독특한 매커니즘이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공황 장애는 병원에 가면 고칠 수 있는 증상이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대한 공포감, 선입견은 버리길~
다행이도 많은 연구를 통해 공황 장애의 원인이 청반핵이라는 뇌의 특정 부분의 오동작 때문이라는 것과 이 오동작을 약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서, 환자가 의지만 있다면 공황 장애 증상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그러니까 정신 병원을 갈지 말지 고민하지 말고, 알러지비염 치료하는 느낌으로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러 가면 된다.
다른 분야의 전문의와 다르게 정신과 전문의는
"세상에 이렇게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었나?"
"내 말을 너무 잘 들어줘. 감동이다!!"
이런 느낌으로 대화를 풀어나간다.
나이가 들어서 이곳저곳 아픈 곳이 생겨서 다양한 병원, 의사를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서 지금의 정신과 전문의를 만난 것이 제일 축복인 것 같다.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 소개 (광고 아님)
아래 병원(의원)은 내가 공황장애, 강박증 등 치료를 위해 다니고 있는 병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3년째 이 병원을 다니고 있고 항상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진심으로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하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의사가 고맙다.
건강한 사람 입장에서는 위 웹 사이트에서 소개된 진료비, 검사비가 비싸다가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정신적 문제로 죽음 앞까지 가본 사람이라면, 이 비용이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처음 2회까지만 진료비가 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 뒤로는 거의 감기/몸살 진료하는 정도의 진료비만 내고 있다.
이것 저것 체크해서 진료 비용이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경험한 것에 의하면 처음 3개월 정도는 내가 의사와 인터뷰 할 때마다 거의 20분 넘게 시간을 쓰기 때문에 의사가 쓴 시간에 대한 비용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1~2회차 진료는 거의 학교 수업 수준으로 진료 시간이 길었다) 잘 생각해보면, 내가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어떤 의사가 나에게 1회 진료에 20분 넘게 시간을 사용했던 적이 있던가? (외과 수술은 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