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조 작성: 2022년 7월
내용 추가: 2023년 8월
2022년 여름, 현재 나의 IT 개발자로써의 밥벌이는 만 22년을 꽉 채우고, 23년차로 접어들고 있다.
가끔 프로 축구 선수, 프로 야구 선수가 은퇴 후 10년 만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은퇴 이후 한번도 축구공을 차지 않았다.
은퇴 이후 한번도 야구공을 던져 보지 않았다.
이런 인터뷰 내용이 많다.
나도 23년 동안 한 분야에서만 일하다보니 모니터 화면의 코드를 보면서 키보드 타이핑하기가 점점 싫어진다.
23년간 일하는 사이에 개발 언어(Programming Language)도
C 언어 -> PHP -> JAVA -> Perl -> R -> Python -> Go
이 순서로 바꾸면서 개발해왔다.
이제는 소스 코드를 작성하다 보면, 여러 Programming 언어의 문법이나 흐름이 뒤죽박죽 섞여서 머릿속에 그려지다보니
Editor만 바라봐도 짜증이 확 밀려온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개발 언어를 쓰다보니, 구현의 깊이가 낮아지는 느낌이다.
22년간 어떤 일들이 있었나...
시간 순으로 있었던 굵직했던 이벤트를 보면,
- 2000년 9월 W 회사 입사.
- 2000년 11월 첫 프로젝트 개발 완료 - 한글.COM 도메인 등록 & 관리 시스템
- 2002년 무선 숫자 도메인(WINC) 등록 시스템 개발
- 2003년 9월 T 회사 입사 (이동통신시스템 개발 회사)
- 2003년 10월 NPDB(011, 016, 017, 018, 019 등 이동통신 번호 이동 시스템) 개발
- 2005년 HA 솔루션 개발 (서비스의 고가용성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개발)
- 2010년 파자마5 모바일 App 개발
- 2011년 Hetero-GW 개발
- 2012년 MWC 2012 이종망 GW 출품 (아래 사진이 그때 개발해서 전시한 시스템)
- 2013년 DPI(Deep Packet Inspection) 시스템 개발
- 2015년 Machine Learning, Deep Learning 기술을 이용한 장애 예측 시스템 개발
- 2017년 Linux Container를 이용한 Container Platform 설계 및 Demo 시스템 개발
- 2018년 Data Center 가상화 관리 시스템 개발(일명, XOS) + Open Networking OS
- 2019년 상반기 5G NRF 개발
- 2019년 하반기 휴직 (건강 문제 발생, 반년 정도 병원 다니면서 요양)
- 2020년 Kubernetes Cluster에 Deploy할 CNF 개발
- 2021년 Container Platform 구축을 위한 TF 리딩
- 2022년 Container Platform 도입 프로젝트
이미 2018년에 정신 건상에 문제가 생겼고, 2019년 봄부터 정신건상의학과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제대로 병치레를 하고 보니 아플 때는 빨리 전문의를 찾아가서 상담하고 정밀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직장인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병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는 직장인이 있다면, 빨리 병원부터 가기를 추천한다.
신입 사원이었을 때 마음가짐 vs. 지금의 마음가짐
신입이었을 때 나의 마음.
- 내가 제일 잘 하는 것 같다.
- 내가 제일 똑똑한 것 같다.
-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 이렇게 잘 하고, 똑똑한데 왜 연봉을 쪼금 주지...?
직장 생활 22년이 넘은 지금의 마음가짐
20년차가 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23년차까지) 나의 마음은
- 나 빼고, 동료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있는 회사는 대체로 농땡이 부리는 동료가 없이 평균적으로 근면하고 성실해서 더욱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 - "내가 프로젝트에서 도움이 되고 있는건 맞나?" 라는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매일 자책하는 것이 일...)
- 이미 출근하면서 하루동안 쓸 에너지 중에서 50% 정도는 소비하는 것 같다. (즉, 체력이 바닥이라는.... ㅠㅠ)
- 출근해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것만해도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다.
- 1년만 더 버텨보자. (이런 생각으로 3년째 버티는 중이다 ㅠㅠ)
진짜 올해가 IT 개발자로써 일하는 마지막 해일까...?
아무튼 23년차가 되니까 몸도 힘들고 마음가짐도 무겁다.
결혼 그리고 출산, 육아
나는 결혼을 일찍했다.
대학교 졸업 후 1년 뒤. 만 26세에 결혼했다.
아내와 나는 동갑이고 심지어 생일도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생일 파티도 한날 몰아서 한다.)
아내를 학생일 때 만나서, 졸업하고 1년 뒤에 결혼했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된 것 없이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 나이 만 27세일 때, 첫째 아기가 생겼다. 그리고 2년 뒤 둘째 아기, 그리고 또 3년 뒤에 세째 아기.
이렇게 나와 아내를 닮은 아들과 딸이 나에게 왔다.
지금 결혼한지 19년이 되었고, 되돌아 생각해보면 순간 순간에는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결혼한 것을 참 잘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닮은 2세가 있다는 것은 더욱 기쁘다.
결혼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나에게 결혼하는게 좋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확실하다.
" 이 여자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할 수 있고, 그 희생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결혼하고 그런 생각이 없다면 하지 말라! "
내가 결혼할 때, 내 마음 속 다짐이 딱 위 문장과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19년 동안 살아보니, 편한 것보다는 불편함이 많고 몸이 고단하거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많이 생긴다.
그런데 애초에 이 여자를 즐겁고 행복하게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감내하리라 마음 먹어서 그런지, 힘든 순간이 딱 지나고 나면 행복은 몇배가 되는 느낌이다.
육아도 비슷한 것 같다.
아기 였을 때 한없이 귀엾고 예쁘다가, 아이가 점점 크면서 아이의 고집과 일탈로 아빠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아기에게 사회적 잣대(예를 들어, 학교성적 같은 것)를 들이밀고 보기 시작하면, 부모는 초조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건강과 웃음만 있다면, 나머지는 하늘이 주는 대로 받자 !!!
특히 학교 공부, 입시에 관해서는 입에 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것 때문에 친한 이웃들에게 "무심하고, 무책임한 부모"라는 소리도 몇번 들었다.
학원 안 다니는 중,고등학교 자녀가 어디있냐고?
아이가 싫어하는데, 굳이 학원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
음악이 좋다고 하면, 악기 사주고
PC 게임이 좋다고 하면, PC 게임 사주고
놀러 가고 싶다면 놀러 가주고
사회적 책임이 덜한 나이일 때, 어디에 속박당하지 않고 자유를 느끼면서 놀게 해주고 싶었다.
2000년, 2010년, 2022년의 직장 생활. 무엇이 다를까?
나는 2000년에 가장 Hot했던 IT 회사에 입사했기에 분위기 자유롭게, 적당히 급여 괜찮았고, 상하/위계 질서가 없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는 2022년보다는 2000년의 내가 다녔던 W회사가 더 분위기가 자유롭고 출/퇴근 및 업무 시간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내가 입사 1년차인 신입사원이었는데도 눈치주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았을 때, 아래와 같이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주6일 근무 ㅠㅠ
이거 실화냐? 어떻게 주 6일을 출근할 수 있냐?
(근데 나는 주 1~2일 정도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주6일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IT는 3D 중에서 극한 직업군 ㅠㅠ
2000년은 아직 IT 개발 인프라, 플랫폼이 별로 없고, 심지어 협업에서 참고할 도서, 웹 검색기도 변변치 않았다.
그런 반면, 중공업 경공업 같은 공장 시스템에 익숙한 경영자가 IT 회사를 경영하면서 업무량으로 압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렇다보니 IT 개발자들은 과중한 업무량에 치이고, 밤 11시~새벽 3시 까지 일하는 야근은 일상이었다.
새벽까지 일하다보니, 늦잠을 자게 되고 지각이 잦아지고, 선배와 보스 한테 지각했다고 잔소리 듣고,
애초에 기한내에 할 수 없는 업무량, 업무 난이도 였기 때문에 결국에 프로젝트 완료일에 일을 못 끝내서 또 잔소리 듣고... ㅠㅠ
나쁜 상황이 돌고 돌게 된다.
이런 근무 환경이 사회 전반적으로 알려지면서 IT 관련 전공을 하려는 학생이 줄어들고, 대학 입시에서도 홀대 받는 것 같았다.
(참고로, 1990년 초/중반에는 대학교 전공에서 "전자" "컴퓨터" 이런 문구만 들어가도 대입 성적 상위 1~2%의 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있었다. 지금은 입시생들이 이런 과거의 분위기를 못 믿겠지만...ㅠㅠ)
Stock Option은 유행어처럼 난무했지만, 실제 Stock Option을 행사해서 돈 번 사람은 못 본.... ㅠㅠ
회사 생활과 가정 생활의 균형점을 찾기
회사 생활과 가정 생활의 균형점(흔히 말하는 워라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지나온 20년을 뒤돌아보면
직장 생활, 경제 활동(돈 버는 일)에 더 에너지를 많이 쓴 것 같다.
동년배들보다 일찍 진급하고, 연봉 조정을 위한 평가도 매년 꾸준하게 최고 등급(Special Grade)을 받고, 이런 저런 회사의 포상도 대부분 다 받고... 그런데 이렇게 회사 생활, 경제 활동에 집중하면서 가정 구성원에 대해 소홀하지 않았나하는 후회감이 든다.
... 이하, 작성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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